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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꿈의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키다 - APK '하이브리드' 이우진
2020-05-11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한 팀이 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하지만 모든 예상을 뒤엎고 자신들만의 색깔로 값진 승리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팀. 언더독 중의 언더독, 바로 APK 프린스다.

 

APK 프린스는 2020 LCK 스프링 승격강등전을 통해 LCK에 합류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승격을 예상하는 사람조차 극히 드물었고, 때문에 이변에 가까운 승격에 박수를 보내긴 했어도 LCK에서는 소위 말하는 '승점 자판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APK 프린스는 또 보란듯이 그런 예상을 깨부쉈다. 딱 다섯 번째 되는 경기에서 첫 승리를 만들어내더니 2라운드에서는 4할의 승률로 최종 7위에 안착했다. 숫자로만 놓고 본다면 7위는 그저 LCK 하위권이라는 성적표지만, APK 프린스가 가진 스토리가 더해져 럭키 넘버 '7'의 값어치를 갖게 됐다.

 

예상을 뛰어넘는 밴픽, 묘수가 된 '익수'의 챔피언 풀과 아이템 빌드, '하이브리드'의 폭발적인 캐리력, 화끈한 플레이스타일, 끈끈한 팀워크, 불리한 와중에도 해내고야 마는 근성까지. APK 프린스는 그들만의 색깔로 LCK 팬들을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짧은 휴가를 마치고 대다수의 팀들이 섬머 스플릿을 위한 재정비를 시작한 5월의 어느 날, 인벤은 돌풍의 한 축을 담당한 '하이브리드' 이우진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데뷔하자마자 정규 시즌 POG 포인트 5위에 오르고, 2라운드 기준 LCK 최고의 원거리딜러라는 평가까지 받은 '하이브리드'. 그에게 2020년 봄은 어떤 의미였을까.

 

Q. 대부분의 프로팀이 휴가를 마치고 연습에 돌입했다고 알고 있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 팀은 1일이 복귀하는 날이었다. 휴가는 2주가 살짝 안 되는 시간이었는데, 나는 집에 갔다가 조금 일찍 숙소로 돌아와 팀원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다같이는 아니고, 팀원 몇 명과 다른 팀 친한 선수들이랑 해서 같이 강원도에 갔었다. 가서 놀고 먹고 잘 쉬고 돌아왔다. 지금은 아직 정해진 연습 일정은 없고, 곧 시작될 것 같다.

 

Q. 인터뷰가 처음이라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가볼까 한다. 먼저 APK 프린스에 입단할 당시에는 이미 팀이 승격한 상태였는데,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과정이라고 할 건 딱히 없다. 일단 '시크릿' 박기선 형과 예전부터 친하기도 했고, 호흡도 잘 맞는 것 같아서 언제 같이 한 번 해보자는 이야기를 종종 하곤 했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가 와서 합류하게 됐다. 대부분이 그렇듯 LCK에서 뛰어보는 게 개인적인 꿈이자 목표였다. 2017년에 롱주 게이밍에 있긴 했지만, 대회를 뛰지는 못 했다. 그래서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팀에 합류했던 것 같다.

 

Q. 롱주 게이밍 때에는 아무래도 '프레이' 김종인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주전으로 있어 출전 기회를 잡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그래도 배운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내 첫 프로 생활이기도 했고, 당시 멤버들이 다들 잘하는 선수들이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내 개인적인 실력 증진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종인이 형의 영향이 제일 컸다고 생각한다. 항상 뒤에서 보고 따라하려고도 해봤고, 내 플레이와 접목시켜보기도 하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다.

 

Q. 고대하던 LCK 첫 데뷔 무대 때로 돌아가보자. 정말 떨리는 순간이었을 것 같은데, 당시 기분을 표현해보자면?

 

딱 반반이었다. 긴장이 되면서 계속 설��다. 내가 LCK에서 경기를 뛴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더라. 그 때 샌드박스 게이밍을 상대로 무력하게 졌는데도, 뭐랄까.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패배의 아쉬움보다 그 긴장감과 설레임이 더 컸다. 이후 LCK 무대에 적응한 뒤에 졌던 경기랑은 느낌이 달랐다.

 

Q. 두 번째 회상 포인트는 'LCK 첫 승리'를 기록한 kt 롤스터전이다.

 

1라운드 극초반은 앞서 말한 그런 긴장과 설렘만 있는 상태에 계속 머물렀다. 그러다가 3주 차에 kt 롤스터전을 앞두게 됐다. 이때는 LCK 무대에 슬슬 적응해가는 시점이었다. 지는 것도 너무 싫고, 이기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다.

 

경기 당일이 되니까 이상하게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뭔가 자신이 있더라. kt 롤스터 강동훈 감독님이 롱주 때 감독님이셔서 친분이 있었는데, 장난으로 오늘 내가 이기고 단독 인터뷰를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근데, 진짜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되게 신기했다.

 

Q. 시간이 흐르면서 '하이브리드' 선수 본인의 개인 기량도 오르는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무대에 적응을 한 덕분일까.

 

기량 자체가 올랐다면 올랐다고도 할 수 있다. 근데 나는 이게 원래 내가 가진 실력이었다고 생각하고, 당연히 앞으로 더 발전해 나갈 것만 생각하고 있다. 마음의 짐을 떨쳐낸 기분은 든다. 목표하고 꿈꾸던 무대에서 잘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부담감 같은 게 있었다. 조금이나마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 기쁘다. 이 기세를 몰아서 올해 마무리도 잘 하고, 앞으로의 프로 생활도 잘 해냈으면 좋겠다.

 

Q. 2라운드 들어서는 정말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만큼 LCK 어워즈 한 자리가 탐날 법도 했을 것 같다.

 

솔직히 아무런 기대도 안하고 있었다. 그래서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고 전혀 아쉽지도 않았다. '아, 이런 선수가 뽑혔구나' 하면서 봤다. 이번에만 뽑는 게 아니니까 앞으로 기회도 있고, 자신도 있어서 의식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Q. POG(플레이어 오브 게임)에서는 '너구리' 장하권 선수와 함께 900점으로 공동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무래도 POG 포인트 상위에 랭크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우리 팀이 하위권이고, 승수가 많지 않다. 그런데도 5위에 올랐다는 게 정말 감지덕지하다.

 

Q. 또, 가장 자신있는 챔피언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아펠리오스다. 처음 챔피언이 나왔을 때 영상을 봤는데, 사람들이 어렵다고 하더라. 근데, 막상 출시가 되고 첫 판을 하는데도 별로 어렵지 않더라. 대미지도 세길래 나랑도 잘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펠리오스가 어떤 무기가 뜰 지 계산을 하면서 해야 하는 챔피언인데, 그런 계산도 딱딱 잘 되더라. 확실히 자신있는 챔피언이다.

 

Q. 가성비 좋은 원딜이라고 해서 '연비좌'라는 별명이 생겼는데, 마음에 드나.

 

방송 인터뷰에서 해설 위원님들이 말씀해주셔서 생긴 별명이라고 알고 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때 '동부의 최고 원딜'이랑 '연비좌'라는 타이틀이 있는데, 어떤 별명이 좋냐고 물어봐주셨다. 그래서 계속 동부에만 있을 것도 아니고 올라갈 거니까 '연비좌'가 좋겠다고 말씀드리면서 별명으로 굳어진 것 같다.

 

내 닉네임이랑도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입에도 잘 붙어서 마음에 든다.

 

Q. 사실 가성비가 좋다는 말은 다르게 보면 라인이나 정글 몬스터를 몰아먹는 팀적 케어를 적극적으로 받지는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딜 입장에서 그런 점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팀원들이 나한테 일방적으로 골드나 경험치를 몰아주면 누구나 그렇듯 좋기야 할테지만, 별명 자체가 골드 대비 지표가 높아서 생긴 거기도 하고, 적게 먹어도 다른 사람보다 대미지도 잘 넣고 잘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신경쓰지는 않는다. 같이 크면 더 좋지 않나. 그리고, 지금도 팀원들이 충분히 많이 양보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Q. 데뷔 첫 스플릿에 무려 세 번의 펜타킬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2라운드 샌드박스 게이밍전에서 첫 펜타킬을 했는데, 이번 정규 시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이기도 하다. 챌린저스 코리아에서는 꽤 오래 경기를 뛰었는데도 한 번도 펜타킬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근데, 꿈에 그리던 1부에 와서 펜타킬을 해서 정말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

 

한 스플릿에 펜타킬을 세 번 한 게 처음이라는 건 그 경기 DRX전이 끝나고 알았다. 뿌듯하긴 해도 개인 기록이라 경기에서 패배한 아쉬움이 더 컸다. 팀 게임인 만큼 팀적인 목표를 이루지 못해 아쉽다.

 

Q. 스프링 스플릿 목표는 어디까지였나.

 

처음부터 포스트 시즌 진출이 목표였다. 그래서 1라운드 성적이 안 좋았던 게 정말 아쉽다. 이길 수 있는 경기도 있었는데 놓쳤던 게 컸다고 생각한다. 4연패를 했을 때 내가 개인적으로 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많아서 더 아쉬운 것 같다.

 

Q. 2라운드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롤파크가 아니라는 아쉬움도 있을 것 같고, 반대로 긴장을 낮추기에는 더 좋다는 장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연습실에서 하는 게 장단점이 있다. 일단, 가장 아쉬운 건 롤파크에서 경기 이기고 팬미팅도 해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거다. 게임 플레이를 하는데 있어선 연습실에서 하니깐 확실히 세팅이 다 되어 있어서 편하다. 모니터, 책상, 의자 높이 등 환경이 늘 하던 환경이라서 따로 적응할 필요가 없었다.

 

Q. APK 프린스의 인게임 보이스는 항상 활기차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다. 팀 내 분위기 메이커는 아무래도 '익수' 전익수 선수인가.

 

두 명인 것 같다. '익수' 형이랑 '시크릿' 형이다. 정글-미드-원딜을 받쳐주고 둘이 주도한다. 평소에는 둘이 제일 시끄럽다. 근데, 또 내가 한 건 하면 그때는 내가 시끄러워진다(웃음). 원래 재미있는 걸 좋아해서 이런 분위기가 정말 잘 맞는다. 사실 경기 끝나면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다시보기를 보면 우리가 봐도 되게 웃기더라.

 

Q. '익수' 선수가 승자 인터뷰에서 '하이브리드' 선수를 가리켜 '생각이 많은 내 곁을 든든하게 지켜줄 친구이자 나보다 어려도 존경받아 마땅한 동생'이라고 했다. 혹시 그 기사는 봤나.

 

익수 형이 말을 안 해줘서 나중에 기사를 보고 알았다. 같은 팀에 있는 선수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좀 더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Q. 이 자리를 통해 답례(?) 한 마디를 부탁한다.

 

익수 형은 게임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배울 게 많은 형이다. 사람도 재미있고, 유쾌하다. 친형이었으면 하는 정도다. 저런 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형이다.

 

Q. 같은 포지션 선수 중에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가 있나.

 

롱주 게이밍에 들어가기 전에는 '데프트' 김혁규 선수가 롤모델이었는데, 들어가고 나서 종인이 형으로 바뀌었다. 원딜이라는 포지션이 쓸쓸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하는데, 종인이 형이 이끌어나가는 걸 보고 감명받았다. 지능적인 플레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다. 그전에는 나쁘게 말하면 무식하게 플레이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종인이 형의 플레이를 보면서 배우는 게 실력 상승에 도움이 많이 됐다.

 

'하이브리드'라는 닉네임도 '데프트' 선수와 종인이 형의 스타일을 합친 원딜이 되고 싶어서 지었다. 두 선수의 장점만 가져가면 굉장히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Q. 스프링 스플릿 총평과 더불어서 섬머 스플릿의 목표를 듣고 싶다.

 

이번 스프링은 1라운드 때 못해서 아쉽긴 해도 2라운드 경기력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기록도 세우고, 별명도 얻어가고. 1라운드가 살짝 묻힐 정도다. 섬머 목표는 다시 한 번 포스트 시즌이다. 포스트 시즌에 가기 전까지 목표는 늘 포스트 시즌이 될 것 같다. 정규 시즌 순위가 포스트 시즌에서 뒤집히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변수 많은 다전제를 경험해보고 싶다.

 

Q. 선수로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LCK와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해보는 거다. 두 대회의 우승 타이틀을 모두 가져보고 싶다. 또, 원딜 포지션을 떠올리면 내 닉네임이 딱 나왔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이번 스프링에서 미드 하면 '페이커'-'비디디'-'쵸비' 3대장 이렇게 나오는데, 원딜 하면 '하이브리드' 이렇게 내 이름만 나오면 좋을 것 같다(웃음).

 

Q. 마지막으로 뜨거운 경기력을 가진 APK 프린스를 응원하고 있는 많은 팬들에게 인사 전하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하겠다.

 

많이 응원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섬머 스플릿에는 '코로나19'가 잠잠해져서 롤파크에서 다같이 즐겁게 웃으면서 경기 직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신연재, 석준규, 남기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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